박쥐 (Thirst) - 2
엄마는 나한테 생일파티 한 번 해준 적 없어.
버릇없이.
요번 생일은 내가 꼭 챙겨줄게.
정말? 태어나서 처음 생일파티?
근데 나 있잖아, 사실은 생일을 몰라.
근데 상현씨가 대장이야? 이래라 저래라 막 때리고.
오빠는 나한테 손 한 번 안 댔는데.
강우가 손댔어, 안 댔어?
그게 뭐가 중요해?
걔는 그거 때문에 죽은 거야.
핑계 대지 마. 당신은 결국 죽였을 거야. 무슨 이유를 대서든 죽이구 나를 차지했을걸.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 사람 안 죽이려고? 그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오순도순 우리 세 식구 잘 사는 집에 들어와 가지고.
너는 병균이야!
엄마, 정신 차리세요. 이렇게 가시면 안 돼요.
용서한다고 한마디만 해주세요. 엄마, 저 좀 보세요.
눈만 한 번 깜빡여 주시면 용서하시는 줄 알게요.
눈 깜빡 한 번만. 예?
오빠한테 갈래. 죽여줘요, 제발.
오빠한테 갈래? 가고 싶어요 남편한테? 정말?
해피 버스데이, 태주씨.
난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피는 내가 구해준댔잖아.
병원에서 훔쳐 오는 피?
딴 것도 있어.
뭐?
자살을 하고싶어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어.
고해성사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 많이 알거든.
그 사람들 다 떨어지면 인터넷으로 모집할 생각이야.
내가 도와주면 사람들이 아무래도 좀 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거 같애.
순순히 내주면 그게 무슨 맛이야?
이게 더 맛있어.
너 맛있자고 몇 명이 죽어야돼.
글쎄 한 오백 명쯤 될까?
자꾸 인간적으로 생각하지 마, 인간도 아니면서.
그럼 뭐야, 우리가?
뭐긴 뭐야, 인간 먹는 짐승이지.
여우가 닭 잡아먹는 게 죄냐?
이제 나한테 남은 건 너밖에 없어.
그럼 눈 깜빡하면 예스고, 길게 감았다가 뜨면 노.
알았으면 눈 깜빡?
죽.
다, 죽, 여?
마작하니까 오빠 생각나는구나?
아냐, 엄마 탓이 아니에요. 엄마 때문에 죽은 게 아냐.
인제 그만하고 들어가서 주무세요.
태주 힘이 엄청...
라여사, 자꾸 이상한 생각하면 안 돼. 내 눈 똑바로 봐, 라여사.
그건 사고야. 누구 잘못도 아니야. 누가 강우를 죽여.
태주하고 신부님이 죽인 건 아니잖...
인간들아,
니들은 남의 집안이 아작이 났는데 마작을 하겠다고 그렇게 오고 싶니.
냉장고 피, 자살하는 것들 피나 마시는 주제에.
태주씨,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요.
태주씨랑 오래오래 살고 싶었는데. 지옥에서 만나요.
죽으면 끝. 그동안 즐거웠어요, 신부님.
정들은 고향 길에서 순정에 어린 그대와 나는
언제나 변치 말자고 손잡고 맹서했건만
그대는 그 어데로 갔는가, 잊지 못할 추억만 남기고
정들은 고향 길에는 구름만 흘러갔고나
박쥐 (Thirst, 2009) / 움짤 GIF
박찬욱 / 감독
김옥빈 / 박태주
현상현 /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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