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Thirst) - 1

Movie/박쥐 2023. 2. 20.

내가 이 지옥에서 데리고 나가 줄게요

 

 

 

사람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저에게 다음과 같은 것을 허락하소서.

살이 썩어가는 나환자처럼 모두가 저를 피하게 하시고

사지가 절단된 환자와 같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하시고

두 뺨을 떼어내어 그 위로 눈물이 흐를 수 없도록 하시고

입술과 혀를 짓찧으시어 그것으로 죄를 짓지 못하게 하시며

손톱과 발톱을 뽑아내어 아주 작은 것도 움켜쥘 수 없고

어깨와 등뼈가 굽어져 어떤 짐도 질 수 없게 하소서.

머리에 종양이 든 환자처럼 올바른 지력을 갖지 못하게 하시고

영원히 순결에 바쳐진 부분을 능욕하여 어떤 자부심도 갖지 못하게 하시며

저를 치욕 속에 있게 하소서.

아무도 저를 위해 기도하지 못하게 하시고

다만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만이 저를 불쌍히 여기도록 하소서.

김이요, 엄마. 또 거기서 사셨죠.
거기 김 자꾸 찢어지구, 그 아저씨 아주 개새끼라구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일종의 전염병인데. 무섭죠?
안경을 벗어서 이렇게 달라 보일까? 어떻게 옮는데요?
키스로 전염된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해요. 난 태어나서 한 번도 키스해본 적이 없으니까.

나는 부끄럼 타는 사람 아니에요.
부끄러워서 뛰어나간 게 아니라. 어렸을 때 말예요, 부산서. 
너무너무 지겨워서 그런 거예요. 
저 엄마하고 병신 아들, 눅눅하고 컴컴한 집구석, 끝도 없이 질질 짜는 그 뽕짝들.
신부님 오기를 기다렸어요. 그땐 그냥 고아원 애였지만.
창밖을 보면서 어렸을 때요.
병신이 신부님 좋아하니까, 신부님이 오면 나를 안 찾으니까.

나는 부끄럼 타는 사람이 아니에요.
나는 맨발로 막 나가요. 이 지옥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요.
자다가도 일어나서 나가요. 쟤네들은 몽유병인 줄 알지만 
난 그시간만 깨어 있는 것 같고, 나머지 시간이 자고있는 것 같아요.

웬일이야?
재밌어 보여서.
만지니까 흥분이 되네.
저도 밤새도록 하래도 하겠어요.
너는 하는 법두 모르잖아?
내가? 알어, 하는 법. 나 잘해.
아주 그냥 불들이 붙었구만, 붙었어.
다음 수요일까지 어떻게 참을지.
그럼, 일요일에두 모일까, 우리?
그럴까?
저는 뭐, 요번 주는 부활절이라 병원에서.

엄마. 저요 이런 식으로 살고 싶지가 않네요.

저는요 불쌍한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고 싶어요.

병원 같은 데 봉사활동을 좀 다녀볼까 해요.

일요일에.

와줘서 고마워요. 다시는 오지 마세요.

불쌍한 사람 도와주러 왔는데두요?

사제가 이러면 죄가 더 커요.

나는 신자도 아닌데요. 나한텐 그냥 불쌍한 노총각예요.

이러다 우리 둘 다 지옥 가요.

나는 신앙이 없어서 지옥 안 가요.

나는요, 끔찍한 병에 걸렸어요.

난 지긋지긋하게 건강해요. 한 번 아파서 누워보는 게 소원이야.

나는요, 살인은 안 해요.
효성씨만 해도 그래요. 원래 배고픈 사람 돕는 걸 좋아했어요, 그 분이.
의식만 있었어도 자기가 먼저 피 가져가라고 했을 걸요?
태주씨도 그 카스테라 얘기를 들었어야 되는건데.
교통사고 나서 다친 사람을 욕하는 법은 없잖아요.
누가 무슨 병 걸렸다고 비난하지는 않잖아요.
난 좋은 일 하러 거기 갔던 거예요.

내가 뱀파이어인 게 뭐가 중요해요?
태주씨, 내가 신부라서 날 좋아했어요?
아니잖아요, 거봐요. 신부는 그냥 직업이잖아요.
그런 거처럼 뱀파이어인 것도 그냥 뭐 식성이나... 그냥 뭐... 생활 리듬 문제 그런게 아닐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데 그게 뭐가 중요해요?
아니, 그게 아니고...
내가 뱀파이어라 싫어요?
내가 뱀파이어가 안 됐다면 태주씨랑 잤을 거 같아요?
내가 그냥 신부였어도 태주씨하고 그랬을까? 신부가? 응?
나랑 같이 가요. 내가 이 지옥에서 데리고 나가줄게요.
나랑 하는 거 좋았죠. 강우랑 재미없잖아요?

뱀파이어는 어떻게 해서 되는 거예요?
섹스로는 전염 안 되나?
나도 좀 만들어 주면 안 돼요?

흡혈귀란 건, 생각보다 귀엽네요.
구부릴 수 있어요?
이거 구부려서 뭐해요?

여기서 뛰어내릴 수 있어요?

너무 높은가봐?

내 얼굴은 비록 냉담하고 둔감할 것이나
내 심장은 항상 당신을, 오직 당신만을 위해 뛰겠나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다시 만나는 그 날, 끝내 행복해질 것임을 굳게 믿사옵니다.

박쥐 (Thirst, 2009) / 움짤 GIF
박찬욱 / 감독
김옥빈 / 박태주
현상현 /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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